태마사진 [낯선]

흑산도에서

빛의 도둑 2011. 8. 30. 21:47

 

 

 

 

 

 

 

흑산도에서

 

섬으로 간다는 것은

나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바다로 나가는

길목을 찾는 것이다.

 

흑산이라 이름도 대충 지어

억울함과 외로움에 서러움 보태

14년을 살다간 약전이

물고기와 노닐었던 무망의 섬

 

하늘 한 조각 가지지 못하고

고함한번 쳐 보지 못하고

이름만 가지고 살아온

도시 사람들만 신이난다

 

 

 

 

 

 

 

스물의 청춘

서른의 욕망

마흔의 열정으로 오선지 긋고

노래 하나씩 만든다.

 

높은음자리 낮은음자리

가끔 쉼표도 하나 섞어

깊이만큼 색깔이 변한 해초같은

그들의 노래를 만든다.

 

밤새워 자갈 굴리는

바다의 들숨과 날숨

그리웠던 바람소리에 묻어

사무쳐 밀려오는 소리 하나 기억하고

 

고동 파는 포장마차도 불 꺼진

시간이 정지한 밤바다에 속삭인다

그대는 나를 잊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대를 결코 잊지 않았다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은

버려진 나를 다시 찾는 것이다

살았다가, 살다가, 살 이유

바다에 녹색 표시판은 없다

 

바다가 하늘을 품고

하늘이 바다에 묻히고

어둠 지나면 동녘 붉어오고

하루가 지났다고 서녘도 붉어오고

 

동면처럼 긴 시간이 지나도

우물 하나가 마을을 이루어 내듯

어둠에 있어도 향기가 있고

바람에 날려도 흔적이 있다

 

세상살이 속도에 상처나

바다로 떠나기로 한 사람과

상심의 파도 버리려

바다를 떠나려는 사람들

 

 

 

 

 

 

 

오늘따라

섬은

혼자 슬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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