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그리고 구름[6]
-나의 등산 이야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난히도 고집이 센 사람이 많은 것 같다. 70년대 우리 직장 산악회 회장은 시간에 대해서 꽤 엄격하였는데 한번은 설악산을 가는데 출발시간이 지나도 두 명이 나타나질 않았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연락이 가능하지만 마냥 그대로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회비도 다 낸 사람을 두고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회장은 그냥 출발하자고 하였다. 당시 보통 30분은 코리안타임이 있던 시절이라 30분만 기다리자고 하여도 5분이 지나자 무조건 출발하자고 우겨 결국은 출발하고 말았다. 10분 즘 늦었던 두 명은 약속장소에서 차가 출발 한 것을 알고는 그냥 되돌아가기도 아깝고 하여 택시를 타고 버스를 추격하였으나 울진까지 가도 붙잡지 못하고 결국은 돈만 쓰고 할 수없이 내려서 시외버스를 번갈아 타고는 설악산 장수대까지 왔다. 우리는 장수대에서 야영준비를 하고, 저녁을 먹고, 밤이 깊을 즈음에서 나타난 두 명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으나 머리끝까지 화가 난 두 명은 밥도 먹지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텐트 안에 들어가 버렸다. 다음날 모두가 나서 그 두 명의 화를 풀어 준다고 애를 썼다....지네들이 늦어 놓고 .....
한라산등산을 마치고 만장굴을 주파하기로 하였다. 3일치 정도의 식량과 쟈일을 챙기고 후랏쉬와 양초등 준비를 마친 후 5명은 출입금지 팻말을 살짝 넘어 만장굴을 끝까지 주파 하였다. 만장굴 끝에는 구멍이 하늘로 열려있어 전에 철제 계단이 있었으나 많이 부식되어 쟈일을 걸고 확보를 한 후 한 명 한 명이 빠져 나왔다. 그때 만장굴을 빠져 나오면 망망한 평원에 동서남북이 구분되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벌판 한 가운데 서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생겼으니 가장 나이가 많고 직장에서 직위도 높으신 분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그 분은 자기 예감 상 동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나침반을 가지고 북쪽으로 가자고 이야기해도 무조건 동쪽으로 가야한다고 계속 우겼다. 할 수없이 동쪽으로 가는데 두 시간을 걸어도 사람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고서야 북쪽으로 가기로 하고 방향을 바꾸었으니 참 1;4로 이야기해도 안 되는 고집...그 고집... 한 번은 하산 길에 비슷한 수준의 고집통 둘이 서로 이 길이 옳다고 다투더니 결국 자기들이 고집한 길로 하산하였다. 그러나 잠시 후 길이 다시 모이니 싱긋 웃으며 그래도 자기 말이 옳다고 우겼다.
먼저 번 회장은 덕유산 등산중 민가에서 민박을 할 때 젊은 회원 한 명이 밤에 술을 먹고 외상 달아 놓았다고 마당에서 벌을 주고 있었다. 우리가 가서 연유나 알아보자고 해도 연유는 무슨 연유 벌써부터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술 먹고 외상 달 정도면 앞일이 까마득하다고 혼을 내고 있었다. 우리가 나중에 알아보니 그 젊은 회원 배가 고파 혼자서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서 오뎅을 먹고 있었는데 여자 회원들이 한 명씩 오다가다 한 줌씩 집어 먹곤 그냥 가고, 또 한 줌 집어먹곤 그냥 가고 신입회원이라 말도 못하고, 하여 돈이 제법 나오게 생겼는데 마침 그날 등산 간다고 돈을 별로 준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청나게 억울해도 회장이 워낙 화가 나서 날뛰니 어찌 대꾸를 할 수도 없고 여자 회원들은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 구석에서 키득키득 웃기만 하니 그 세상 물 처음 먹는 청년 아주 환장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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