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곡

[스크랩] 풀잎 그리고 구름/나의 등산 이야기[8]

빛의 도둑 2008. 7. 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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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다 보면 특기를 가진 사람을 많이 본다. 지금은 돌아 가셨지만 30년 전 김 종수님은 후배 많이 사랑하고 음식 잘 하시기로 유명했다. 이 분은 음식을 사 가지고 오는 것은 질색이어 항상 산에서 만들어 먹고 또 우리들에게 만들어 주셨다. 산에서 낙지볶음, 탕수육, 순두부, 두루치기는 물론 김장을 직접 담가먹고 또 싱싱한 재료를 사서 푸짐하게 만드셨다. 우린 그냥 좀 무거워도 현지까지 지고 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간혹 음식 즉 밥을 태웠다가 혼이 나기도 하였다. 평소에도 유명한 중국집에 가서 주방장을 불러 놓고 새로 나온 요리나 그 요리의 재료 만드는 법을 꼼꼼히 적어 오셔서 산에서 그대로 만들어 주셨는데 우린 장난친다고 “아유 맛없어 누가 만들었나?”하여 실컷 음식을 만든 그분을 슬프게 하기도 하였고 어떤 때는 그 분만 믿고 아무런 준비를 않고 그냥 산에 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였다. 


나는 노래 잘하는 벗이 많았고 그들을 항상 부러워하였다. 지금은 저승에 계시지만 윤 XX선배님도 남자가 여자 소프라노로 [봄처녀]를 부르는데 어찌나 잘 부르시든지 멀리서 들으면 꼭 여자 성악가가 부르는 걸로 착각할 정도였다. 김 여울님은 사진을 같이 하던 친구로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이었는데 목소리가 아주 아름다웠다. 직장산악회에서 단체로 버스를 빌려서 산행을 할 때 한번씩 초청하면 여직원들은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우리 가곡 [성불사의 밤][박연폭포][명태][떠나가는 배]와 양 희은의 [세노야 세노야][내님의 사랑은]을 부르면 계속 앵콜이 나와 다른 사람은 노래 부를 엄두를 못 내기도 하였다.

1980년 초반 한국 에베르스트 원정대 훈련 중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눈사태로 죽은 부산의 산악인 송 XX님의 여자 친구가 하는 술집 겸 커피숖에 우린 고인을 추모하며 자주 갔었다. 그곳에서 김 여울님은 기분이 심오해져 그 곳에 있던 모든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노래를 두 곡 불렀다. 그러자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맥주가 20병정도 선물로 왔다. 이래저래 좋은 벗을 만나니 즐거운 일도 많이 생겼다. 우리 산악회에서도 덕유산의 그 신입과 진주 출신으로 정통 성악을 배운 사람이 있어 산에서 야영을 할 때 참 재미있게 지냈다. 그리고 많은 가곡도 배웠고 나도 일본의 통술집, 독일의 휴게소 잔디밭에서 한번씩 불러 박수를 받기도하였다. 

또 요들송으로 유명한 김홍철씨를 초청해서 단체로 요들송을 배우기도 하였는데 요즈음은 문화가 바뀌어 가곡이나 요들송 또는 산 노래를 배우거나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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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소드 하나 .... 길고 지루한 설악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노래자랑 대회를 열었다. 그 대회는 잘 부르는 사람을 뽑는 대회가 아니고 못 부르는 사람 랭킹을 정하는 대회였다. 드디어 랭킹 1위에게 푸짐한 상품을 주고 다음번 산행 때 항상 초청가수로 노래를 시켰다.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에 잘 부르는 사람 노래도 멋있지만 정말 기본적으로 음치인 사람이 부르는 노래도 아주 재미있었다. 아 그렇게 나의 청춘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시위를 떠난 화살 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출처 : 그림사랑 구름사랑
글쓴이 : 시지프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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