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곡

[스크랩] 풀잎 그리고 구름/나의 등산 이야기[9]

빛의 도둑 2008. 7. 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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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속해 있던 산악회를 부산 직장등산대회에 출전 시켰다. 그 대회는 필기, 막영, 운행, 팀웍, 장비 다섯 부문으로 채점하게 되어있었다. 우리 대원들은 모두 머리 좋은 직원들이라 필기시험 예상문제를 모두 외워버려 필기시험은 거의 만점 가까이 받고 운행과 팀웍도 어느 정도 잘했는데 그날 저녁 막영을 하면서 실수를 하여 밥을 완전히 태워 버렸다. 막영지 주변에서 우리도 막영을 하면서 지켜보다가 얼른 우리가 먹을 밥을 코펠에 넣어 굴러 보내주고 태운 밥으로 바꾸었다. 심판들이 눈치를 조금 채고 찾으러 다녔지만 모른체하고 넘어갔다. 다음날 장비 검열까지 마치고 발표를 보니 최우수상인 부산시장기는 파라다이스 호텔 산악회가 가져가고 우리는 우수상을 받았다. 뒤에 알고 보니 나의 모습을 본 심판위원장이 우리 산악회에 아주 후한 점수를 주셨다고 했다. 그때의 김 XX 심판위원장님 아주 친하게 지냈는데 일찍 돌아가셨다.


부산시 교육감배 학생 등산대회에 심판으로 참가 하였다. 주로 장비 부문을 보는 심판으로 30개 정도의 팀이 참석하여 경쟁이 치열하였고 특히 경남공고 산악회는 모든 부문에서 우수하여 우승후보로 점 찍혀있었다. 원동 배내골 입구에서 금정산 고담봉을 거쳐 만덕까지 가는 2박 3일의 고된 구간이었다. 금정산 야영지에서 누가 너희 학교 후배도 참석했는데 인사를 하겠다고 해서 가 보니 이건 완전 초보 등산의 수준에 당시 교련복 바지를 입고 기가 막히게도 나무 지팡이를 하나씩 가지고 와서 모든 팀의 웃음거리가 되어있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모르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고 지도 교사도 모르니 어쩔 수도 없어 그냥 좋은 경험이 되라고 하며 격려해주었다.  그 뒤 이 후배 녀석들이 학교에서 교내 학예회에서 등산장비 전시회를 한다고 장비를 빌려 달래서 집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출근을 했는데 산악반이라는 녀석들이 우리 집사람보다 장비이름을 몰라 가르쳐 가며 빌려 주었다.  그 뒤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웬 신입사원이 한명 와선 자기가 그때 산악반장이었다고 했다. 아뿔사 내가 그때 못된 짓을 했더라면..... 참 세상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옛날 생각을 하면 즐겁다. 십 수 년이 지나 산 친구들이 생업에 쫓겨 모두들 바빴는데 어느 10월의 마지막 날 당시 유행하던 이 용의 [잊혀진 계절]가사처럼 10월 마지막 날 무조건 만나기로 하고 산 친구들의 모임을 가졌다. 금정산에서 첫 모임 때 밤샘 술자리를 한번 하고 이후 별 연락이 없어도 10월 마지막 날은 모이는 걸로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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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직원들과 그때 산악회 후배가 운영하던 배내골 에델 산장에서 전진대회 겸 바비큐 파티를 했는데 옛 산 친구들이 생각나 밤 1시에 모두 연락을 했는데도 기막히게도 다 모였다. 삼랑진에서 온 후배, 양산에서 온 사람, 울산에서 온 후배, 자다가 일어나 온 사람, 가족과 함께 어디 가다가 가족도 함께 데리고 온 사람, 모두 술 한 잔씩 마시고 그때의 산 이야기로 밤을 새우고는 아침이 되자 바람같이 모두 돌아갔다.

왜 산에 가느냐고? 이래도 사람이 좋아 산에 간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출처 : 그림사랑 구름사랑
글쓴이 : 시지프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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