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그리고 구름[4]
-나의 등산 이야기-
산에서 부상을 당하면 어려움이 많아진다. 그래서 간혹 산에 미쳐 혼자 다니는 사람들을 다스릴 때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총각 시절 그때는 바람 좀 넣어 산에서 날아다녔다. 훗 훗 . 우리 직장 산악회에서 동계 지리산 천왕봉 등산을 가는데 법계사 좀 지난 곳에서 앞에 가든 사람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뒤 따라 가던 아가씨 허벅지에 아이젠이 조금 박혀버렸다. 얼른 산장으로 옮겨 붕대를 감고 후송하여 병원에 가기로 하였는데 내가 감히 업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그 전 산악회 인명 구조 훈련에서 사람 업는 법도 배웠겠다. 또 상대가 조그마한 체구의 아가씨라 얼씨구나 하고 업었는데 웬걸 10분이 지나니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고, 좀 쉬고 30분이 지나니 다리가 후들후들 하늘이 노랬다. 배낭 30킬로 지고 가는 것 보다 열배쯤 힘이 드는 듯 하였다. 할 수없이 교대를 해 가면서 진주의 병원으로 옮겨 열 몇 바늘 깁고 상황 종료 되었는데 주위에서 신났냐고 키득거리고, 집에 돌아와선 몸살, 큰 소리 쳤으니 말도 못하고 아이고 죽는 줄 알았네....
또 한번 직장 산악회에서 버스 한대 내어 단체로 속리산을 가다 대구 조금 지나 추돌 사고가 나서 제일 뒷자리 앉은 사람 등이 깨어진 유리에 찔려 피가 철철 났다. 급히 한사람 저 아래로 달려가 옷가지를 흔들어 고속도로 자동차 속도를 줄이게 하고, 차에 탄 나머지는 모두 내리게 하여 도로 아래로 대피 시키고, 한 명 뛰어가서 민가에 가서 신고하게 하고, 자동차 한대 붙들어 두 사람 동행 시켜 다친 사람 대구의 병원으로 후송하고, 정신없이 뛰다가 산이고 뭐고 그냥 대구 수성천에 가서 술만 실컷 먹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이게 더 생생한 훈련이 되었다.
소백산 등산 중 기진맥진한 고등학생을 만났다. 눈이 쌓인 겨울 산에 얇은 옷 걸치고 운동화에 배낭도 없이 그냥 연화봉까지 오긴 왔는데 3명 모두가 허기에 걸음을 잘 못 옮길 정도였다. 다행히 우리가 지녔던 비상 식량 중 치즈와 크랙카, 물, 땅콩, 초코릿을 허겁지겁 받아먹곤 좀 정신을 차리는듯했다. 우린 성격보다 좀 더 거칠게 혼을 내곤 가장 추워 뵈는 녀석에게 옷 한 벌 줘서 바로 희방사로 내려가게 하였다. 비상식량은 그 위력을 보통 때는 모른다. 그러나 두끼 정도 굶었을 때 비타민 한 알도 즉시 효력을 나타내는 것을 그때 보았다. 거의 눈이 풀릴 정도였던 녀석들이 초코릿 한 알 물 한 모금을 먹고는 말을 바로 할 정도였으니 이후 우리가 고참이 되어서도 항상 비상식량에 대한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어떤 직장인 둘이 겨울 덕유산을 등산하다 하산 길에 기진맥진하여 한 명이 먼저 내려왔는데 뒤에 처진 사람이 구조되기 전에 동사하였다. 이후 경찰이 죄를 물으려 해 한 때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법에 물을 것은 아니지만 등산 하는 사람은 항상 남을 도울 준비를 하고 다녀야 하고 또 개개인이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하여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한 일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게 기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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