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우연은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
"울릉도 안 갈래?"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선배가 물었다.
당연히 "YES!!!" 이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구요"하곤
"바로 갈께요" 나는 그렇다. 여행에 대해선 딴 일이 끼어들지 못한다.
그리곤 35년 전의 추억과, 2년 전 황홀했던 기억들이 꿈틀꿈틀 오감을 간지른다. 인원이 몇명이든, 누가 가든 그런건 안중에도 없다 그곳에 울릉도가 있으면 되고, 별밤을 볼수있는 언덕이 있으면 되고, 바람이 불면 더좋고, 더구나 비가 온다면 금상첨화이다.
부산 7시 출발, 포항부두에서 도시락 식사, 10시 출발, 파도가 높아 B항로로 달려 3시간 30분만에 도착, 간단한 점심식사
그리고 갯내음 풍기는 선창에서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썰어주는 오징어 회 한점 먹고 서로 얼굴 한번 쳐다보고 또 한번 웃고 늙수구레한 어린이들이 철없어 마음은 분분하다.
이 마을 심술은 해안도로도 그냥 막아 15분 산책도 겨우될까 말까? 독도도 도착해 봐야 상륙이 될까 말까? 좁디 좁은 길에 꽉 찬 사람과 자동차. 7000인구에 3000대의 자동차. 불친절한 식당, 특색없는 음식, 열악한 숙박 시설, 비싼 물가 이 모든것들이 대마도와 비교되어 답답함이 더해졌다.
독도 박물관에서 만난 86세의 과거 독도 수비대 이필영할아버지는 분노하고 있었다. 과거 72시간 씩 굶어 가며 독도를 지켜 내었는데 이렇게 수 많은 사람이 오고 가며 독도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 운운하지만 정작 당사자 본인들에겐 작은 감사패 하나가 고작 .....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우선인지 잘 지어진 박물관앞에서 잠시 우울한 감상에 젖어들어보다.
약수 한사발 먹고 케블카 타고 전망대에 올라 저녁먹고 문득 내려다 본 푸르고 깊은 바다에 염색되어 숙소에서도 잠을 뒤척인다.
그대
나에게 화내지 말아요
아직도 못다한 말들이 남았다오
살다보면 사랑도 아끼고, 허튼소리도 해 보고
가끔은 심술도 부려 보지만
그럴 사람이 있어야 아름다운 것을
이제야 알았네.
구름이 산을 내려와 이파리에 맺혔다. 처음 산길은 순하고 부드럽다. 년간 300일 비가 내리는 성인봉은 적당히 젖은 수목들이 초록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안개 속에 원시림이 떠억 버티고 서서 어서 오라고 악마의 입처럼 괴기스럽고 고사리 푸른 잎이 상쾌하다.
흔적 남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성인봉 표시에 얼굴을 프린팅하고 잔뜩 찌푸린 날씨에 전망도 없었다. 내일 파도가 높아 배가 뜰 확율 30%, 이 한통의 전화로 모두들 마음이 급해 졌다. 나리 분지 내리막길. 로프를 맨 급경사의 나무 계단은 조금 미끄러웠지만 한겨울에는 무척 힘들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하산길에 가끔은 물길도 보이고 울창한 원시림이 발밑을 푹신하게 하여 즐거움을 더해 준다. 멀리 나리분지를 형성하는 봉우리가 안개모자를 덮어쓰고 고목이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17가구 49명의 사람들이 사는 나리분지, 더덕 농사 옥수수 농사 그리고 관광객 맞이로 6개월을 벌어 나머지 6개월을 먹고 살아야 하는 고달픈 삶이, 그리고 4미터 이상 눈이 내리는 척박한 환경이 인정이 넘치고 사람이 그리우면서도 투박한 사투리와 무뚝뚝한 행동으로 오해를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울릉도는 환상의 섬도 아니고 먼 곳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가 보기 쉽지 않는곳이다. 산나물, 오징어구이,더덕,산마늘,홍합죽이 맛 있고 천혜의 남성적 자연환경이 살아있는 곳. 바람이 불면 산이 무너져 바다를 메우는 곳, 아이러니 하게도 멍게 한마리 만원씩하고 해산물이 비싼 곳, 그리고 신비한 곳.
깊고 푸른 바다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놓고 싶은 섬.
바람 자갈 바다소리 그 땅의 사람들 모든것이 사랑스런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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